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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날마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글쓴이

길상사

등록일

2011/10/17

조회수

1119

세상의 吉祥花들에게 보내는 편지

 

날마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송광사 광주 포교당 길상사 주지

도제(道諦)

 

  벌써 가을 향기가 짙어졌습니다. 차들이 매연을 내뿜으며 달리는 길가 조그마한 땅에 둥지를 튼 코스모스가 청초한 얼굴을 내밀고 웃습니다. 작년에 졌던 꽃이 씨앗을 떨어트려 대지는 이 꽃씨를 일 년 동안 품고 있었습니다. 그랬다가 씨앗은 때를 어기지 않고 땅 위로 뚫고 나와 줄기를 내고 마침내 꽃을 피웠습니다. 생명의 질서를 이렇듯 생생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새롭게 아름답게 거듭나다가 지상과의 작별을 고합니다. 대지는 그 꽃씨를 또 품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고/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우리는 저마다/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살고 싶다. 어제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로 오늘을 제대로 살고 싶다. 이렇게 다짐하는 사람만이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고 오늘 말할 수 있습니다. 만나는 사물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어제라는 감옥과 쇠사슬과 동아줄을 벗어버릴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새로운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봅니다. 나라는 존재는 어제 불안하고, 불행하고, 불만에 차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매달리면 안 됩니다. 어제는 이미 가버렸고 오늘이라는 새로 써나가야 할 나의 노트가 앞에 있습니다. 거기에 무엇을 쓸 것인가는 스스로 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 이 자리가 나의 꽃자리

 

  어제와 오늘, 지난달과 이번 달, 올해와 내년 이렇게 세월에는 구분이 있습니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들이 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삶의 결의를 다지게 됩니다. 낡은 것을 여의고 새로운 날과 달과 해를 맞아 새롭게 자기의 삶을 쓰고 그려나가지 않으면 우리는 인생의 종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다짐하고 ‘지금 이 자리’가 자기의 ‘꽃자리’라는 것을 알고 새롭게 눈을 떠야 합니다.

  이렇게 힘들고 바쁘고 복잡한 시대에 우리 불자들이 돌아가 의지할 곳, 진리와 정법의 ‘꽃자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정법에 의지하면 세파와 세월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위의 시처럼 날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 몸 받기 어렵고, 불법(佛法) 만나기 더 어렵고, 정법(正法) 만나기 최고 어렵다.” 경전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나 기쁘고, 불법을 만난 불자이기 때문에 더 반갑고, 수많은 진리 중에서 정법을 만난 인연이니 정말 고맙습니다.

  불교에서는 ‘마음이 곧 부처이고 부처는 곧 마음’이라고 합니다.

마음 밖에 부처 없으니 부처를 마음 밖에서 찾지 말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이 이미 부처이니 부처님을 어디서 찾을 것이며, 다른 데서 구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부처님처럼 새롭게 새롭게 마음을 깨우고 거듭거듭 새로워져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부처님의 길상화(吉相花)들입니다.

  진실된 법이란 이렇게 단순명료하고 간단합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시면서 하신 말씀도 이렇습니다. “자기 자신을 등불 삼고 법을 등불 삼으며, 자기 자신을 의지하고 법에 의지하라.” 다른 사람을 의지할 필요도 없고, 오로지 자기 자신의 무명을 밝히는 것은 자신의 마음 등불이라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 밖의 분수를 탐하고 남을 탓하고 미워하고 시기하는 사람입니다. 변화무쌍한 것이 우리 마음입니다. 마음은 어제 남을 탓하고 미워할 지라도, 오늘 다시 새롭게 기뻐하고 행복해합니다. 그래서 이 마음 밖의 것은 다스릴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불자는 부처님을 믿고 스님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 즉 불법과 정법을 믿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이것도 자기 자신이 부처의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진리에 의지하고 한결 같이 그 진리를 수지하며 진리답게 살아가는 사람, 그 사람이 곧 불자고, 세상의 길상화입니다. 세상의 꽃입니다.

성불하십시오.

 

길상사 소식지 10월호에서